달리는 말 위에서 물구나무까지 서는 기마술을 마상재라고 합니다.
우리 기마 민족의 전통 곡예인데요.
마상재에 숨은 과학을 김유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.
[리포트]
조선의 22대 왕, 정조.
임진왜란 이후 강력한 군사력을 위해 '무예도보통지'를 편찬합니다.
말 위에서 펼쳐지는 각종 무예와 기예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.
이 기마술은 200년을 훌쩍 넘어 현재까지 계승되고 있습니다.
멧돼지 과녁판을 화살로 짓이기고 단칼에 볏짚을 베어냅니다.
달리는 말 위에 번쩍 올라타는가 하면 꼿꼿하게 올라서거나 거꾸로 서기도 합니다.
말 위에 드러눕는 동작까지. 모두 책 속에 등장하는 기마술입니다.
말의 힘을 과학적으로 이용한 덕분입니다.
가장 기본이 되는 말 위에 뛰어 오르는 동작.
달리는 말의 리듬을 이용하면 고정된 물체보다 오르기 쉽습니다.
말과 같은 높이의 통나무에 오를 땐, 오로지 자신의 근육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안간힘을 써야 합니다.
반면 달리는 말 위에 오를 땐 말의 운동에너지가 더해지기 때문에, 적은 힘으로도 가볍게 솟구칩니다.
[김현철 / 한국전통마상무예학교 훈련생]
"(말의) 리듬에 맞춰서 딱 올라가면 같이 하늘로 올라가는 느낌…"
다만 말의 움직임과 엇박자가 나면 아찔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.
말과 호흡을 맞춰 함께 리듬을 타는게 필수적입니다.
그래서 고수들은 평상시에도 말과 보폭까지 맞출 정도로 찰떡 호흡을 자랑합니다.
이렇게 단련 된 기병들은 십만 보병이 두렵지 않았습니다.
[유정배 / 한국전통마상무예학교 단장]
"지상군이 100명이라면 10명의 기마병사가 더 센 것처럼…"
기자가 직접 보병과 기병의 시선을 체험해봤습니다.
보병의 시선으로 지상에서 검을 휘두르면, 위력이 생각만큼 크진 않습니다.
말 위에선 다릅니다.
스피드도 압도적이고, 시선도 높아 무기를 휘두르기 쉽습니다.
"격파에 성공할 수 있을지 제가 직접 해보겠습니다."
같은 힘으로 휘둘렀지만, 송판이 산산조각 납니다.
말의 힘을 이용해 국토를 수호하고 백성들을 보호했던 조상들의 기마술.
이를 기록한 무예도보통지는 현재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돼 있습니다.
채널A 뉴스 김유빈입니다.
영상취재: 한일웅
영상편집: 이능희PD